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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장의 베트남전쟁과 남겨진 이야기들...

장한우해병 베트남전적지 방문수기(제10부) 본문

참전수기/참전수기

장한우해병 베트남전적지 방문수기(제10부)

Sergeant Lee 2013. 10. 30. 08:18

천자봉 장한우해병 베트남전적지 방문수기(제10부)  

 

 

後 靑龍의 월남수기 (10부)- 잠 못드는 퀴논의 밤.

天子峰 

 

 

SOUL

"Asking if I have a soul
is like asking if I exist or not" ---- 

1975년 4월 30일 오전 10시 20분.
사이공의 티우궁은 ~ 항복을 선언하는 ~ 민 ~  월남 대통령의 
전의 잃은 목소리로 끝없는 침묵 속으로 빠져 들고 있었다.

그후 30년 ~ .

월남 패망 30년 ~ 종전 30년.

2005년 4월 30일 오전 10시 20분.
대전의 동기회 정기 총회에 참석하려고 집을 나섰다가
그래야만 할것 같아 ~ 고향의 ~ 월남 참전 기념 탑을 찾았다.



정치니,사상이니,그런것은 ~ 다 ~ 국가의 변이었고
뜻도 불분명하고 해석도 애매한 ~ 국제 평화니 ~ 이데올르기니

그런것은 ~ 다 ~ 지도자들의 말씀이었다.

애국이며,충성이고,의무였던 ~ 
명령 ~ !!
명령에 충실했던 파월 선배님들 앞에

월남 종전 30년이 되는 날이라고 
묵념으로 보고 드리고 ~ 돌아 서는데 
보이지 않는 손길이 나를 끌어 꼼짝도 못하고 제자리에 서있었다.

~ ~ ~ ~ ~ ~ 

아하 그렇구나 ~ 부족한 내가 ~ 절절한 조문 한줄 올리지 않고 고개만 숙였구나.


 --- 천상병

넋이 있느냐 라는 것은
내가 있느냐 없느냐고 묻는거나 같다.

산을 보면서 산이 없다고 하겠느냐

나의 넋이여
마음껏 발동해 다오

내 몸의 모든 움직임은 
바로 내 넋의 가면이다

그것은 즉 넋이 우울 하다는 것이다

내넋을 전 세계로 해방하여
내 넋을 넓직하게 발동케 하고 싶다 

Asking if I have a soul
is like asking if I exist or not.

넋이 있느냐 라는 것은
내가 있느냐 없느냐고 묻는거나 같다 ~ 고 

보고드리고 동기회 참석차 대전으로 갔다.



머나먼 남쪽나라,
새벽 4시에 사이공을 떠난지 14시간을 달렸다.

이국의 새벽을 보여주던 까나해변의 아침 바다며

청룡의 첫 전투를 기억하는 판랑을거쳐
캄란 ~ 나트랑 ~ 투이호아를 숨가쁘게 지날때

늘어진 야자수 그늘도 함정으로 보이고
늘씬한 아가씨도 간첩으로 보였을 ~ 

쌓이고 맺힌 ~ 파월 1진 선배님들의 

함성과 ~
고뇌가 ~
울분이 ~

피와 땀이 얽힌 진홍빛 띠로 ~ 길고 긴 ~ 1번 국도를 같이 따라 달린다.



이 고지 저 능선 마다 ~ 둘러보고 살펴보니
하루 달린 거리가 ~ 600 키로라 ~ !!

후미진 산 허리를 돌아설때 ~ 
참았던 ~ 차마 ~ 피곤함이 엄습하니 ~ 여기가 퀴논 항 이다 ~ !!



전쟁의 허리 ~ 그 복판의 위도상에 있으면서도
전쟁의 공포 ~ 그 쓰라린 추억이 그나마 덜 하는 도시.

안케 패스의 맹호가 
미쳐 ~ 미쳐 못다부른 ~ 승전가와 ~ 망향가가 

찌들어 빠지지않고  ~ 아직도 배어있는 곳.



퀴논에 오면 ~ 저녁 바다 먼저 봐둬야한다.
퀴논에 오면 ~ 저녁을 먹기 전에 바다 먼저 봐 둬야한다.

퀴논의 바다는 ~ 밤에 더 시끄럽기 때문이다.
퀴논의 바다는 ~ 밤이 깊을수록 시끄럽기 때문이다.


(새벽에 수영을 즐기고 출근하는 퀴논 시민들)

월남의 달밤은 유난히 밝다고 한다.
월남의 별빛도 유난히 빛난다고 한다.

그러나 퀴논 호텔 창가에서
밤새워 수영하는 모습을 보면 
달이고 별이고 필요가 없을것 같기도 하다.


(고추장에 밥을 겨우 비벼 먹고 ~ 잠을 잘수 없어서 퀴논 호텔을 나서다)

고단할 양이면 잠을 자야 하건만
後 靑龍이 ~ 오늘 ~ 지나온 길이

얼마나 외로우셨을 ~ 첫 전투의 까투산이고
가득한 슬픔에 ~ 투이호아 넓은 뜰이면

잠이 올수가 없다.
잠을 잘수가 없다.

해병혼과 천자봉이 퀴논의 밤을 찾아 나서니
월남의 밤도 ~ 밤은 밤이다.



구정을 맞아 ~ 
아마도 향토 시장 같은 장판이 호텔 옆 광장에 섰다.



오토바이 값이 만만치 않은데 ~ 
그 수가 엄청남에 놀란다 -
오토바이 주차비도 받는다.



요즘의 퀴논 시내.



1967년 맹호 부대가 베트남에 정표로 지어 기증한 팔각정이
퀴논시 중앙 공원에 있어 ~ 
여기가 한국군의 주둔지 었음을 상기 시킨다.



1967년 2월 14일.
그 글씨가 아직도 선명하다.



지금은 팔각정 한쪽 지붕이 내려앉는다.
관계자에게 문의하니
보수할 계획은 없다고 한다.

 
(서덕원 선배님의 망중한)

퀴논의 밤거리를 헤매다
다시 호텔로 돌아 왔는데

어찌나 ~ 남지나해 파도 소리가 파랗게 들리는지
도무지 ~ 잠이 오지 않아 

미리 미리 ~ 월남 수기에 올릴 편지를 썼다.

편지  -- 천상병

"점심을 얻어먹고 배부른 내가
배고팠던 나에게 편지를 쓴다.

옛날에도 더러 있었던 일.
그다지 섭섭하진 않겠지?

때론 호사로운 적도 없지 않았다.
그걸 잊지 말아주기 바란다.

내일을 믿다가
이십 년!

배부른 내가
그걸 잊을까 걱정이 되어서

나는 자네한테 편지를 쓴다네"


(울산의 권용학 선배님의 월남 시절)

피리  -- 천상병

"피리를 가졌으면 한다.

달은 가지 않고
달빛은 교교히 바람만 더불고-

벌레소리도 죽은 이 밤
내 마음의 슬픈 가락에 울리어 오는
아! 
피리는 어느 곳에 있는가

옛날에는
달 보신다고 다락에선 커다란 잔치
피리 부는 악관이 피리를 불면
고운 궁녀들 춤을 추었던
나도 그 피리를 가졌으면 한다.

볼 수가 없다면은
만져라도 보고 싶은 
이 밤

그 피리는 어느 곳에 있는가"



귀천  --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가.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Asking if I have a soul
is like asking if I exist or not.

넋이 있느냐 라는 것은
내가 있느냐 없느냐고 묻는거나 같다" ~ 고 

미리 외워두웠던 詩 몇편을 머리 속에서 꺼내다보니
날이 훤이 밝아도 ----

잠못 이루던 퀴논의 밤이 훤히 밝아도
일어 서기가 망설여 졌다.

시련과 슬픔의 땅 
투이호아를 백마 부대에게 인계하고 

츄라이로 이동한 파월 청룡 3기 선배님들의

그러니까 ---

이제 월남 전선의 생리를 터득하여 ~ 알고

그리하여 ---

투이호아에서 죽어간 동료 전우의 ~ 복수기와
가장 ~ 아직도 가장 한국군에 대한 원망이 남아있는

파월 청룡 3기 ~ 격분에 츄라이 전선으로
떠나야 하는

퀴논의 잠못드는 밤은 
이미 훤하게 밝아 있었다.